백록담은 신생대 제3기에서 제4기에 걸친 한라산의 화산작용으로 형성된 화구호(火口湖)이다.
이원진의 『탐라지』에 의하면 한라산의 명칭에 대해 언급하면서 “…부악(釜岳)이라고도 하는데 물을 저장하는 그릇과 비슷하기 때문이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이는 한라산의 상봉인 화산체에 백록담이라는 커다란 분화구가 솥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편, 흰사슴[白鹿]이 이곳에 떼를 지어서 놀면서 물을 마셨다는데서 백록담(白鹿潭)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리고 옛날 신선들이 백록주(白鹿酒)를 마시고 놀았다는 전설에서 백록담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저 위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정했던 한라산 등산!
올 해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시간이다라는 생각에 가족들과 한라산 등산 계획을 세운것이 2023년 3월.
한달에 한 번 이라도 주변 산을 등산하며 체력을 키우자라는게 우리의 목표였다.
5월엔 항공권을 예약했고 8월엔 숙소를.. 그리고 10월 7일 드디어 출격!!
준비 과정
안해도 그만이지만 하면 훠얼씬 좋은 준비물
등산화 막상 가보니 운동화 신고 오르는 학생들도 꽤 보였지만 산길의 대부분이 울퉁불퉁한 화산석이어서 꼭 등산화 신으라고 하고 싶다.
스틱 오랜시간동안 등산을 하는 산에서 스틱과 함께 하면 피로도가 훨씬 줄고 에너지를 비축할수 있다.
장갑 한 여름이 아니라면 산 정상은 온도가 차다. 진달래 휴게소 위에서 부터라도 착용하게 될것이다.
이중양말 속 양말은 발가락양말이고 겉 양말은 도톰한 등산 양말로 되어있는 세트 양말을 신으면 발이 덜 아프다.
고어텍스 점퍼와 모자 한라산은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맑은 하늘을 보고 가는중에도 비가 올수 있으므로 방수기능이 있는 겉옷과 모자가 있으면 유용하다.(우기에는 비옷을 따로 챙기는 것도 좋다)
음식 및 간식 빠르면 새벽 5시부터 등산을 시작하므로 많으면 두끼 내지는 한끼와 간식정도를 먹게 되는 시간이 된다. 식사양이 적은 사람은 굳이 두끼분의 식사까지 챙길 필요는 없다. 휴게소에서마다 무언가를 먹으면서 오랜시간을 지체하면 꼬박 5시간이 걸리는 산행이 된다. 한라산에는 속밭휴게소와 진달래 휴게소가 있는데 일찍 출발하는 사람들은 속밭에서는 간단한 간식과 화장실, 진달래에서 2차 간식이나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고 보통의 경우 속밭에선 화장실과 물, 진달래 휴게소에서 간식과 물과, 화장실, 정상에서 점심을 먹는다.
음식은 김밥 한줄, 과일은 사과나 귤 두어개, 물은 작은 생수 두개 정도, 에너지바나 쵸콜렛 몇개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 가족은 10시간이나 되니 밥도 두끼분에 사과 귤 떡 오이 에너지바 쵸콜릿 물 세개씩 커피 등등을 챙겨갔는데 반 이상은 남기고 왔다. 음식이나 물에 대해서는 각각의 양에 맞게 챙기면 되지만 평소에도 양이 적거나 물을 조금 마시는데 꼭 세병을 챙겨갈 필요는 없다. 무거우니까. ㅎㅎ
등산방석이나 작고 얇은 등산용 돗자리 휴게소마다 벤치가 많지만 사람은 더 많아서, 혼자라면 등산방석, 가족들과 함께라면 등산용 방수천 등이 유용하다.
손수건 땀이 많이 날테니 흡수가 잘 되는 수건을 챙기면 좋다
따뜻한 물 위에서도 말했지만 중간 휴게소쯤만 가도 공기가 많이 달라진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이 10월 10일이므로 이 후부턴 더욱 기온이 낮아질테니 작은 보냉컵에 따뜻한 물이 크게 도움이 될거 같다.
한라산 미리 알기
한라산에 등산 전엔 꼭 미리 탐방 예약을 해야한다. 매월 첫날 다음달 탐방예약이 열리므로 등산 날짜가 정해지며 그 전 달 1일에 예약을 시도한다. 열리는 시점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서 30~1시간 정도는 여러번 튀어나올 각오를 하고 시작해야한다. 한 사람이 네명까지 예약할 수 있고 그 날 안에 함께 하는 사람 정보(주민등록번호, 핸드폰번호)를 모두 입력해야 예약이 완료된다. 그리고 나면 탐방센터에게 등록된 개인들에게 필요한 문자를 보내게 되므로 문자를 받지 않았다면 예약에 문제가 있는것이니 확인해봐야한다. 혹시라도 여유있게 제주에 방문하는 경우라면 하루만 예약할게 아니라 이틀을 예약해서 날씨를 알아본뒤 선택 등산할 수 있으면 좋다. 나같은 경우에도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에 왔고 중간 이틀을 모두 예약했다가 비가 오는 날을 취소하고 나머지 날에 등산을 해서 백록담을 볼 수 있었기에 꼭 말해주고 싶었다.
탐방 시간 선택은 8시부터지만 입산은 더 일찍 가능하다. 계절마다 다르므로 미리 알아보고 기왕이면 일찍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보통 정상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간이 12시 전 후 이므로 6시쯤 등산을 시작하면 훨씬 한가하게 인증샷을 찍을 수도 있고 밥먹을수 있는 자리 선점에도 유리할테니까...
https://visithalla.jeju.go.kr/main/main.do
등산시에는 간단한 김밥 정도가 좋다. 한라산 성판악 코스 근처에 있는 명도암 정담김밥이란 곳이 있는데 전 날 미리 주문해놓고 새벽에 찾으러 가면 되는 곳이라 한라산 등산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김밥집이다.
명도암 정담김밥 https://naver.me/xcKXtlcU
한라산 등산 후기
여러 산 길을 다녀봤지만 한라산처럼 모든 길이 돌 투성이인 곳은 처음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속밭 휴게소까지 1시간~1시간 20분 정도의 구간에는 친환경 야자목 매트와 나무 데크가 곳곳에 놓여있어 매우 수월한 느낌이다. 올라가다보면 나무의 종류가 바뀌는걸 느낄수 있는 산이다. 중반부에는 키가 작은 조리대나무가 큰 나무 밑에 그득하게 자리하고 있는 풍경이 특이하다.
속밭 휴게소를 지나 4~50분쯤 오르다 보면 샘터가 나오는데 거기에서 사라오름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꽤 오랫동안 완만한 경사의 등산을 계속하다가 그 전 후 즈음부터 가파른 코스가 진행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돌이 많은 것 말고 한라산은 꽤나 오르기 쉬운 산이다...라고 생각하며 진달래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르는 동안에는 정상에서 점심을 먹자 했는데 일행들이 있어 좀 지체가 된 탓에 다들 허기가 졌나보다. 남은 구간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코스라는 누군가의 말에 긴장을 좀 풀어버린건지... 실제 오르는 길이 험하기 보다 체력이 딸려서였는지 호흡이 가빠서 매우 고생하며 올랐다. 이미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거나 인증샷을 위해 줄을 서 있는 중이었다.
이틀 내내 비가 왔던 후여서 또 비가오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백록담이 모두 보이는 맑은 날씨였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세번째 도전만에 백록담을 보았다며 좋아했다. 그런데 백록담이... 어째 내가 생각하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흰색 사슴이야 전설이라치고 호수는 어디있냐고오~ 그런 줄 알았으면서, 사실 호수는 둘째치고 백록담이라도 볼 수 있다면 하면서 올라왔는데도 좀 아쉬웠다. 그래도 우리가족 전원 예외없이 모두 정상 완주하였으니 박쑤~!!
너무 오르기 힘든 산일거라는 걱정을 많이 했었기에 나처럼 두려워 할 등산 초보자들에게 사실은 그리 험한 산은 아니고 하지만 돌이 많은 산이며 어느정도 준비물과 어느정도 각오로 오면 더 좋을지에 대한 정보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장황한 글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