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드라마
개봉일: 2023년 11월 29일
러닝타임: 127분
국가: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 사카모토 유지
음악: 류이치 사카모토
출연진: 안도 사쿠라(사오리), 나가야마 에이타(호리선생님),
쿠로카와 소야(미나토), 히이라기 히나타(요리), 다나카 유코(교장선생님)
네이버 평점: 9.06점
왓챠피디아 평점: 4.3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원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높은 평가를 받다가 95년 <환상의 빛>이라는 영화로 감독 데뷔를 했다. 2004년에 개봉한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에서 당시 14세였던 아역배우 '야나가라 유야'가 칸 국제영화제 사상 최연소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8년 <어느 가족>이란 영화를 발표해 칸 영화제 최고의 상인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재확인 하게 되었다.
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라는 주제와 사회 문제를 가볍지 않게 다루면서, 날카로운 비판과 따뜻한 시선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걸로 유명하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상황을 그려나가는 스타일은 원래 작업했던 다큐멘터리적인 연출과도 맞닿아 있으며 일본 뿐 아니라 해외로부터의 평가도 높다. 강동원, 송강호, 아이유 주연이었던 <브로커>라는 영화에서도 버려지는 아이를 댓가를 받고 파는 비인륜적인 주제를 다뤘는데 우리나라의 영화계 특성이 워낙 상업적인 경향이 강해서였는지 말하려고 하는 메세지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평가를 받아서 아쉬움이 컸다.
한 동안 영화 제작에 흥미를 잃고 있다가 평소 꼭 한 번 작업해 보고 싶어했던 사카모토 유지와 작업할 기회가 생기자 각본도 보기전에 제작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2023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이미 각본의 완성도가 높았다.
사카모토 유지는 일본 드라마계를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만큼 인정받는 각본가다.
줄거리
이 영화는 1~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은 엄마 하오리의 시점, 2막은 호리 선생님의 시점, 3막은 미나토와 요리, 그리고 교장선생님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촬영은 순차적으로 하고 편집을 의도적으로 각 관점에 맞게 분리한 듯 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누군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을 듣거나 보는 거 외의 정보를 내 경험과 가치관이라는 필터를 거쳐 판단하고 믿는다. 전체 상황을 모두 알 수가 없으므로 내 눈앞에 펼쳐지고 내 귀에 들리는 말들이 곧 진실이 되어버린다. 이 영화의 편집은 그런 과정으로 만들어진 진실이라고 믿는 편견이 얼마나 본의아니게 사람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알게 하려는 의도인것 같다.
영화 <괴물>은 1~3막 모두 어둠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빌딩의 화염과 소방차의 요란스러운 사이렌 소리로 시작된다.
1막 - 엄마 하오리
평온한 일상을 함께 하던 중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듣고 베란다로 나가는 하오리는 화염에 휩싸인 빌딩을 보며 미나토를 부른다.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으며 무심히 지켜보던 미나토는 엄마에게 "인간의 뇌에 돼지 뇌를 이식하면 그건 인간일까 돼지일까?"라는 매우 심오한 질문을 한다. 너무 생뚱한 말이어서인지 엄마는 누가 그런 얘길 하냐고 묻고 미나토는 호리선생님이라고 얘기한다.
어느날 퇴근하고 오니 거실에 온통 머리카락이 흩뿌려져 있다. 놀라서 묻는 말엔 학교에서 지적받았다고 한다. 흠, 그럴수도 있지. 어느날 퇴근하고 오니 현관에 아들의 신발이 한쪽만 있고... 아침마다 챙겨주는 물통을 헹구려다 보니 그 안에 흙이 잔뜩 들어있다. 미나토는 과학실험을 하느라 그랬다며 둘러댄다. 또 어느날은 말도 없이 너무 늦어져 수소문을 하고 찾다가 아들의 자전거를 발견하는데 어둠속을 헤치고 간 곳엔 풀숲에 방치된 터널 같은 곳이 있고 그 곳에서 자신을 향해 불을 비치며 서 있는 미나토를 발견한다.
집에 가는 길 차 안에서 미나토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하는데 엄마는 미나토가 사과를 하려는 줄 알고 호기롭게 괜찮다고 해준다. 아무걱정 말고 다른 사람처럼 평범하게 자라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일반적인 엄마가 아이에게 갖는 평범한 바람을 말하는데 갑자기 문을 열고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는 아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사오리'는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세탁소 손님에게 들었던 말(호리 선생 이 얼마전 불났던 건물에 있었던 '걸스바'에 출입한대' 라는 말과 가끔 아들이 하던 이상한 말을 했다던 담임 선생님 '호리'에게 폭력을 당했다 생각한다.
학교 폭력인가를 의심하며 진심이 없어보이는 교권을 존중하지 않는 엄마, 그리고 호리선생의 징계 과정까지.. 1막에서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고 과하다 싶지만 이런 형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에 세탁소도 집의 베란다 창도 박스를 테이프로 붙이며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침에 일어난 사오리는 침대에 미나토가 없다는 걸 알고 놀라는데 밖에서 호리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나토! 미나토! 미안해 내가 못알아봐서. 미안해~'
2막 호리 선생님 시점
시내에 있는 건물에 화재가 나서 요란한 소방차 소리가 들릴때 호리선생은 여자친구와 데이트 중이었다. 몇 몇 아이들이 불구경을 하며 뛰어다니다가 '호리 선생님이다. 걸스바에 다니는 애인이가봐'라는 말을 하며 뛰어간다. 진실같지 않지만 이미 아이들에게까지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소문. 별로 개의치 않고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호리에게 여자친구는 너무 지나치게 애정을 쏟지 말라고 충고한다.
다음날 등교길에 넘어져서 신발을 찾는 요리를 발견하고 도와주는 호리. 아이들과도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그는 따뜻한 선생이다.
어느날 수업을 위해 들어가다가 미나토가 친구들의 신발가방을 던지며 폭력적인 행동을 발견하고 말리던 중에 미나토의 코를 쳐서 코피가 난다. 미나토는 수업중 '요리'와 말도 안되게 거친 싸움을 벌이고 또 어느날은 화장실에 갇혀있는 요리를 외면한 체 황급하게 도망쳐 나오다 호리와 마주친다. 뭔가 이상한 장면을 계속 보며 학폭을 의심하지만 어린 아이들의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하는지 최대한 보듬어주려 애쓴다.
그러다 '사오리'가 찾아오고 갑자기 선생님들에게 강압적으로 사과를 요구당한다. 열심히 연습해서 사과해보지만 엄마는 진실을 알고 싶어하고 호리도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만 동료들과 교장의 대응은 일을 점점 크게 만들다가 결국은 호리가 징계를 당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호리를 폭력교사로 몰아가는 사오리, 미노타, 아이들, 동료교사들의 모습에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 어디에 분명 나도 속해 있을거 같은 기분. 선생님의 학폭과 학생차별이 이슈화 되면서 기자들에게까지 일상이 노출되고 여자친구는 그런 호리를 떠난다. 애들을 진심으로 아껴주려는 마음밖에 없었을 뿐인데 호리는 모든걸 잃게 된다.
어느날 생각할수록 억울한 생각에 학교로 뛰어와 미나토를 찾는 호리. "왜 그랬냐'고 따지는 선생님을 피해 도망가는 미나토. 호리는 옥상 난간에서 생을 끝내려 하다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악기소리를 듣고 멈춘다.
호리 선생은 자신의 집을 정리하고 떠나려고 한다. 키우던 물고기를 담아서 옮기던중 물이 쏟아지게 되고 황급하게 바닥에 있는 종이를 닦다가 그것이 아이들의 장래희망을 적는 시간에 적어낸 시험지인 걸 교정을 보게 된다. 오타 찾아내는것을 좋아하는 오랜 취미때문이다. 거꾸로 쓴 글자가 보여 체크하다보니 일부러... 미나토와 요리가 좋아한다는 내용을 암호처럼 적은 요리의 글이었다. 미친듯이 폭우속을 달려 미나토의 집으로 간 호리는 '미나토! 미나토! 미안해 내가 못알아봐서. 미안해~'라고 외치고 마침 미나토를 찾아 뛰쳐나오던 '사오리'와 함께 요리의 아지트로 달려간다. 하지만 산사태로 인해 도로가 봉쇄중이었지만 엄마와 선생은 말리는 사람들을 밀치고 아지트로 향한다. 기차는 이미 산사태로 넘어져 있고 그곳에 아이들은 없었다.
아이들 시점
요리라는 친구는 유난히 하얗고 예쁘고 순수하다. 개구장이인 남자애들은 여자애처럼 곱고 예쁘고 순한 요리가 이상하다고 놀린다. 그리고 그런 그를 다른 별종으로 치부하는 술주정뱅이 아빠는 요리에게 '너의 뇌속에는 돼지의 뇌가 들어있다. 너는 정상이 아니다. 병에 걸렸다.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꼭 치료해주마'라는 말을 수시로 한다. 요리는 그나마 자신을 끝까지 치료해준다는 말만으로도 아빠가 친절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미나토는 불구경을 하며 엄마에게 묻는다. '인간의 뇌에 돼지 뇌를 이식하면 그건 인간일까 돼지일까?
아이들은 괴물찾는 게임을 즐겨한다. 요리와 친해진 뒤 미나토는 요리의 아지트인 폐기차에 초대받게 되고 방과 후에 자주 가서 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요리는 '할머니가 사는곳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애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놀림받는 요리를 위해 신발주머니를 던지거나 미술시간 걸레때문에 괴롭힘 당하는 것을 보며 자기랑 싸우는 척 했던 미나토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미나토는 '네가 사라지는게 너무 싫다'며 고백을 하던 중에 생긴 묘한 스킨쉽에 놀라 당황하여 도망가고 둘 사이는 서먹해진다.
요리는 자신의 다름에 대해 받아들였지만 미나토는 너무 당황스럽다.
며칠 뒤 다시 찾아 간 아지트에 요리는 없고 혹시나 하고 기다리다가 밤이 된다. 미나토의 문자를 받고 요리가 달려 오지만, 그보다 먼저 미나토를 발견한 엄마는 그저 평범하게 어른이 되고 가정을 꾸리면 된다고 말한다. 어떻게든 자신이 평범하지 않은것 같다는 말을 하려 하지만 마침 걸려오는 요리의 전화을 받고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는 미나토.
자신의 비밀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한 거짓말로 인해 호리 선생님은 징계를 받게 된다. 어느날 무섭게 달려와 따져 묻는 호리 선생을 피해 베란다로 갔다가 "죄송해요"라고 내뱉은 미나토의 혼자말을 교장이 듣는다. 그녀는 미나토를 음악실로 데려가 말할 수 없는 진실을 담아 악기를 불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교장도 함께 타인에게 말 못할 진실을 담아 힘껏 악기를 분다.
요리가 떠나기 전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고 요리의 집에 찾아갔다가 '요리는 이제 다 나았다. 할머니 집 근처에 사는 여자애를 좋아한다'는 아빠의 말에 놀라는 미나토. 하지만 곧 다시 뛰어나와서 아빠의 말을 부정하는 요리...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아침, 아버지에게 끌려 들어간 요리가 걱정되어 찾아간 미나토는 욕실에 잠겨 거의 실신 중인 요리를 구출해 내고 둘은 아지트로 피신을 한다. 아직은 무사한 아지트에서 다시 평화를 찾는 아이들. 서서히 비바람이 잦아들고 아이들은 넘어진 기차에서 무사히 탈출한다. 다시 눈부신 햇살이 비추고 이제 모든걸 받아들이고 마음을 확인한 아이들은 자유롭게 초원을 달린다.
리뷰
1막에서는 또 다른 소문이 있었다. 최근 손녀를 잃었다는 교장선생님의 남편이 교도소에 있는데 사실은 교장선생이 사고를 냈고 남편이 대신 교도소에 갔다는 소문이다. 그 말 때문인지 사오리는 교장의 태도가 여간 이상한게 아니다. 자신의 하소연을 듣고도 그 상황을 다른 선생님들에게 맡긴 채 도망가버리기 일쑤인 태도나 마트에서 뛰어다니는 애들의 발을 슬며시 걸어 넘어지게 하는 말도 안되는 행동을 보면서 그 생각은 거의 확신이 된다.
이 영화는 하루 종일 적어도 모자랄 만큼 할 말이 많은 영화다. 첫 시작인 불의 상징(열정, 혼란), 막이 바뀔때마다 보이는 잔잔한 호수(건널 수 없는 강, 단절), 그리고 마지막 폭풍우(변화, 노력), 교장이 남편과 얘기하며 접던 배(단절된 강을 건널 수 있는 수단), 악기 소리(말하지 못하는 진실) 등
영화를 보기 전에는 마치 추리소설을 보며 누가 괴물인지 맞춰보겠다는 마음으로 집중을 하지만, 다 보고 나면 나 또한 괴물이구나라는 생각에 며칠동안 불편해진다. 과연 누가 괴물일까? 근거없는 소문을 내는 사람? 자신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아이? 동성을 사랑하는 아이? 편모에 대해 편견을 같는 선생? 진실따윈 아랑곳 없이 아이의 변화에 대한 책임을 선생에게 떠넘기려는 엄마? 과자도둑이 무서워 과자를 먹지 않는 아이? 자신들과 다르다고 괴롭히고 놀리는 아이들? 생각없이 상황을 왜곡해서 말하는 아이들? 거짓사과를 요구하는 선생들? 그런데 사실 이런 질문에 대한 중요하지 않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괴물은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인간 본성속에 존재하는 이기적인 마음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 하는 생각들과 행동들이 모두 누군가에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한 번도 안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무슨말인지 너무 실감이 되는 영화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메세지는 알거 같지만 도저히 한 번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리뷰를 위해 한 번 더 봤다. 영화는 두 번 세 번 볼 수 있으니 결국 노력하면 이해를 하게 되지만 인간사는 어디 그런가. 이 영화를 보며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생각은...
함부로 판단하지 않기. 함부로 평가하지 않기. 내 생각에 맞춰 해석하지 않기.
부디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며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나이들어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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