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애니메이션 국가 일본 상영시간 122분 개봉 2023.03.08. 평점 8.10 감독 신카이 마코토
포인트 1 캐릭터들의 상징을 알고 보면 더 흥미롭다.
의자, 다이진, 미미즈, 사다이진, 요석 등
일본에서는 예부터 땅속에 지진을 발생시키는 초대형 메기 '나마즈'가 살고 있으며 그것을 막기 위해 여기저기 요석을 박아두었다는 미신이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 '다이진'과 '사다이진'은 '미미즈(나마즈)'의 머리와 꼬리를 눌러서 통제하는 요석이었는데 뽑히면서 고양이로 나타나 인간들의 감정에 개입하고 치유하며 여정을 이끌고 다시 문 닫는걸 돕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일본 곳곳에서 그런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는 요석이 곳곳에 있다고 하고 그것을 할수 있는 존재가 무녀였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스즈메는 그런 능력을 가진 소녀인듯 하다.
다리가 세개인 노란 의자는 지진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엄마가 스즈메를 위해 직접 깎아서 조립하고 채색해서 만든 소중한 물건이다. 엄마와 마찬가지인 그 의자에 재앙의 문을 닫는 일을 숙명으로 여기고 사는 소타의 영혼이 깃들게 된다. 스즈메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다이진의 장난이라지만 거기엔 분명 좀 더 큰 의미가 담겨져 있는 듯 하다. 엄마를 보낸 그 순간을 기억에서 지우고 애써 밝은척 살아가는 스즈메지만 사고때 다리 하나가 부러진 그 의자를 마치 엄마인양 귀하게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등교길에 우연히 만난 너무 멋진 이방인의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라는 질문에 오래전에 폐기된 온천의 위치를 알려주고선 호기심에 뒤쫒아갔다가 물위에 떠있는 문을 발견하게 되는 스즈메. 그 문을 여는 순간 꿈에서 보았던 엄마의 모습을 본다. 하지만 들어가보면 자꾸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러다 발견한 요석을 집어들게 되는데 돌덩어리였던 요석이 갑자기 고양이가 되어 달아난다. 무심코 한 그 행동 때문에 미미즈가 문을 열고 나와 지진이 일어날뻔 했지만 뒤늦게 나타난 소타의 도움으로 겨우 문을 닫게 되고 그제서야 정황을 파악하게 된다. 요석인 다이진을 쫒아가는 여정은 재난의 고통으로 여전히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폐허가 된 지역을 위로하는 여정이기도 하지만 스즈메의 눌려있는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맞딱뜨리게 하고 제대로 극복하게 하는데 중요한 여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여정에 마치 엄마처럼 늘 함께 하며 의지가 되어주는 소타. 미미즈가 나오지 않도록 문단속을 하는 일은 소타의 숙명이었지만, 이제 의자는 소타이고 엄마이고 스즈메의 미래이다. 처음엔 다이진이 앞장서 가서 미미즈를 깨우는건가 싶어서 얄미웠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다음 미미즈가 나타날곳으로 스즈메를 인도하는 역할을 한듯 싶다.
사고로 떠난 엄마를 대신해 스즈메를 키우는 이모는 여전히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아름다운 40대 나이이지만 스즈메의 육아를 위한거 외의 모든건 절제하고 사는 캐릭터이다. 의무감에 더 과잉보호하는 느낌? 그 과정에 갖게 된 책임감으로 쉽지만은 않았을 이모의 심정이 영화 중반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 미미즈의 존재를 알고 소타(의자)와 함께 갑자기 떠나온 상황이 이모에겐 사춘기 소녀의 가출이라는 오해를 샀고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희생하며 키워놨음에도 불구하고 방황하는 조카를 서운한 마음 반 걱정하는 마음 반인 감정으로 찾아나섰다가 반쯤 얼이 나간 스즈메를 만나게 된다. 조카에겐 이모보다 요석이 되어버린 소타를 다시 되돌리는 일이 중요했고 어쩌다 함께 한 여정중 갑자기 서운하고 화나는 감정을 폭발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타나는 사다이진. 미미즈의 머리쪽을 누르고 있던 요석이었지만 뽑히게 되었고 아마도 오래 눌려진 이모의 오랜 감정을 터트리게 조절한 거 같다. 한동안의 냉전이 있었지만 사실 그 둘은 알고 있었다. 서로에게 서로가 힘든 부분도 약간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소중한 존재인것을. 그리고 지금 소타를 구하러 가는 그 곳이 어릴적 엄마를 보내고 잠시 죽음의 세계를 헤멨던 기억 속 그 곳이란걸. 그 곳을 다시 마주하게 될 스즈메를 마음을 걱정하면서도 이모는 함께하며 응원하고 기다려준다.
포인트 2 사람을 품어주던 대지에게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란 인사를 해본다
열린문으로 나오는 미미즈를 막기위해 일본 열도를 여행아닌 여행을 하며 거쳐가는 곳들은 실제로 지진이나 자연 재해로 인해 폐허가 되거나 천문학적 피해를 입은 곳들이다. '규뮤-구마모토 지진', '시코쿠 에히메현-산사태', '간사이 효고현 고베시-효고현 남부 지진', '간토 도쿄도-관동 대지진', '도호쿠 이와태현-동일본 대지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각 각의 곳에서 재해를 겪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들을 위로하고 이제는 터젼으로서의 의미를 잃은 땅을 토지의 신에게 보내겠다는 주문을 외우며 문을 닫는다. 감독은 '사람도 왔다 가면 장례식이라는 행위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사람들의 일생을 품었던 토지에 대해서도 그런 인사를 해야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터부시 되고 있던 재난의 상처를 다시 꺼내어 얘기하고 감정의 순환을 통해 이제는 사회적인 치유를 해야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이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
사회는 피해자들이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주며 존재의 이유와 삶의 가치를 부여해주고, 그들을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줘야 한다. 즉 차별, 기피, 무관심,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평등하게 대해주는것. 바로 그것이 사회적인 치유이지 않을까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영화다.
포인트 3 풍경과 OST
역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는 영상미가 뛰어나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라는 영화가 이 감독의 재난 영화 3부작의 1부작, 2부작인데 이때도 영상미와 OST가 큰 화제가 됐었다. 그에 비한다면 3부의 OST는 영화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그것은 이 영화가 그 전 영화들에 비해 더 스팩타클한 장면이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미미즈의 등장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위치를 알아내고 달려가 그 문을 닫기까지의 과정이 숨막히게 이어지다보니 그 외의 에피소드(열린 문을 닫기 위해 가는 여정속 일상들)들이 좀 뜬금없고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일까?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조용히 다시 음악을 듣다보면 물이나 들판 한가운데에 서있는 문이 보이면서 화면 가득했던 아름다운 영상들이 눈에 선하게 떠올라 특이한 여운을 갖게 해준다. 그리고 미미즈를 찾아가는 여정중에 보이는 일본의 이런저런 풍경들이 너무 생생해서 이 영화가 재난영화라는 생각을 잊게 만든다. 그러고 보니 재난 영화의 3부작 중 마지막 영화의 제목이 '스즈메의 문단속'이고 그 문을 닫는다는 의미가 재난의 문을 닫는다는것이라니 의미가 남다르다.
소감
정서의 차이때문인지 너무 아름다운 영상미와 뚜렷한 상징성을 갖고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미미즈를 잠재워서 재난을 막으려는 스즈메와 여정중에 만나는 이런저런 에피소드의 괴리가 좀 크게 느껴졌다. 한마디로 말하면 조화롭지 않고 따로 노는 느낌? 게다가 스즈메가 소타를 만나서 반하게 되는 아주 짧은 시간에 비해 미미즈를 찾아 흔쾌히 함께 떠나고 요석이 된 그를 다시 되살리고 싶어하는 절박함은 너무 크게 그려져서 살짝 의아했다. 또 스즈메를 찾아나선 이모가 서운한 감정을 표출할 때 갑자기 나타난 사다이진의 존재도 황당하다. ‘그냥 앞도 뒤도 없지만 막연히 이해는 하겠다. 그래도 좀 이상하긴 해.’ 이런 느낌?
재난을 겪었던 사람들을 스즈메라는 개인에 투영하고 미미즈라는 거대한 재난을 스즈메가 애써 잊으려하는 고통으로, 그리고 미미즈를 통제하는 요석을 다이진으로 서로 연결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려니 그 과정에서 완벽하게 대입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담겨져 있는 메세지가가 좋았고 재난영화지만 너무 험하지 않은 표현, 아름다운 영상과 OST, 전체적으로 흐르는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가 참 좋았다. 그리고 미미즈를 가두는 문을 닫을때 외우는 주문, 그리고 그 열쇠 구멍을 보이게 하기 위해 그 땅에서 행복하게 살았던 사람들을 추억하는 그 장면들은 자연에게도 떠난 사람들에게도 진심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는 느낌을 주어서 매우 인상깊었고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딛고 사는 이 땅이 이 자연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살았는데 그런 마음까지 일깨우는 감독의 깊은 마음에 진심 공감이 되었다.
역사적인 문제로 늘 부딪히는 나라이지만 잦은 재난으로 슬픔을 자주 겪는 그들에게 멀리서나마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태원 참사, 세월호 등등 우리에게도 말도 안되는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이 많은데 우리는 과연 그들에게 어떻게 잘 살아갈수 있도록 해줘야할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되었다.
<차별, 기피, 무관심,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평등하게 대해주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