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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블랙스완> 해석 - 탈피를 거쳐 아름다운 나비로?

by na-star 2023.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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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미국에서 개봉했던 영화

1. 흑백의 단순구조

'대런 아로노프스키'...
'~스키' 마치 소련인인듯한 이름이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뉴욕 브룩클린 태생이다. 이 감독은  <레퀴엠>(Requieam For dream)이라는 작품에서 독특한 미장센으로 마약에 찌든 주인공들이 파국을 맞는 과정을 암울하게 그려낸적이 있었는데 그 영화로 많은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천년을 흐르는 사랑>이 흥행에 실패하고 난 뒤 의기소침하던 그는, 성형 실패등으로 대인 기피증세까지 보였던 '미키 루크'를 캐스팅하면서 <더 레슬러>를 찍게 되고, 주인공 '랜디'와 '미키 루크'의 삶이 많은 부분 오버랩되면서 관객들에게 커다란 감동과 눈물을 선사했었다..
나탈리 포트만과 손잡고 '발레'를 소재로 만든 이 영화의 스토리는 성공을 향한 발레리나 소녀의 노력과 동경을 다룬다..하지만 영화의 내면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은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스스로 파멸하는 주인공의 광기와 망상, 라이벌을 향한 질투와 동경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다.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발레리나의 욕망을 들추면서 인간 내면에 감춰진 양면성을 조명하는 셈이다. 이를 위하여 <블랙 스완>은 철저하게 고전적인 이분법에 기초하며 내러티브를 진행시킨다....선과 악, 청순과 퇴폐, 순결과 관능을  흰색과 검은색에 비유하는 단순 구조를 선택한 것이다...이분법에 의한 흑과 백은 밝음과 어둠, 상반된 이미지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밝음이 희망과 생명력을 의미한다면, 어둠은 좌절과 죽음, 공포 등의 이미지를 갖는다...하지만 <블랙 스완>에서의 검정색은 이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와 대비되면서 치명적인 유혹, 거침없는 관능 등으로 치환된다...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는 <블랙 스완>에 등장하는 인물에게까지 어김없이 적용된다....완벽한 경지에 이르고자하는 니나의 집착은 흑조와 백조라는 대조적인 모습을 통하여 부각시켰고, 니나의 조력자로서 엄마 에리카와 뉴욕 발레단장 토마스는 남녀라는 성(性)적인 차이 외에도 지도 방법에서 확연한 대조를 보인다..니나가 닮고 싶어하는 릴리와 베스 또한 마찬가지다. 둘은 여러가지 상황에서 커다란 대조점을 보이며 극적 긴장감을 높여주고 있다. 

2. 대척점에 선 인물탐구

백조와 흑조

전직 발레리나 출신이었던 엄마 에리카(바바라 허쉬)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성공을 딸을 통해 이루려는 생각을 하며 니나를 지도한다. 니나는 뉴욕 발레단에 소속되어 있고 그녀의 꿈은 베스처럼 '백조의 호수'에서 프리마돈나 역을 맡는 것이다.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함께 차이코스키의 3대 발레 음악으로 손꼽히는 '백조의 호수'.. 이 작품의 프리마돈나는 악마의 마법으로 백조가 된 오데트 공주와 왕자를 유혹하는 사악한 쌍둥이 자매 오딜을 동시에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발레리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지만 선뜻 다가설 수 없는 자리다...니나 역시 특유의 순수함으로 연약한 백조 오데트엔 적임자로 일찌감치 점찍혔지만 흑조 오딜을 연기하기엔 도발적인 관능미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백조의 의미는 순수함의 결정체로 아직까지 여인(女人)에 이르지 못한 성숙하지 않은 소녀를 상징하고 흑조의 이미지는 소녀에서 여인으로의 성숙의 과정이며 예술의 완벽성과 동일시 되는 의미라고 봐도 전혀 무리가 없다 니나는 자신이 갖지 못한 흑조의 이미지로 변해가면서 성공에 대한 욕망과 집착으로 망상과 편집증을 겪는다. 하지만 니나의 변신은 어쩌면 순수와 관능, 아름다움과 광기, 선과 악이 하나로 융합되는 과정이자, 앞서 언급처럼 소녀에서 여인으로의 성숙에 이르는 필연의 과정이기 때문에 견뎌내야한다.
이 과정(백조에서 흑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빨간색을 차용한 감독의 센스는 참으로 놀랍다. 흑과 백의 선명한 경계 위에 놓여진 빨간색..이때 빨간색은 생리혈, 혹은 립스틱과 오버랩되면서 자연스럽게 성숙된 여인을 떠올리게 만든다. 소녀에서 여인에 이르는 길은 지금껏 자신이 가졌던 많은 것들을 버려야한다. 벽면을 장식했던 수많은 인형들을 버려야하고, 잠잘 때 자장가처럼 들었던 오르골을 버려야하며, 엄마의 애정(혹은 지나친 간섭)도 버려야만 한다. 그리고 버린만큼 점점 짙어져가는 빨간색. 등에 상처가 덧나기시작하고, 손톱이 피로 물든다. 손가락 살점이 뜯어져 나가는가하면 검은 옷을 입은 또 다른 자신과 마주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니나의 내면이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에리카와 토마스

젊은 나이에 니나를 임신하여 발레를 포기했던 엄마는 자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봐 니나가 남자 만나는 것도 싫어한다. 영원히 순결한 백조의 이미지로 남길 바라는 엄마가 니나의 입장에서는 어느덧 자신의 여성성에 대하여 제한을 가하는 방해물로 인식을 하게된다.
그에 반해 뉴욕발레단의 예술감독 토마스(뱅상 카셀)는 틈만나면 니나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낸다. 그는 니나가 최상의 테크닉을 소유했지만, 도발적인 요소가 부족해 더 이상 발전이 없었음을 가장 먼저 깨달았고, 니나를 감싸고 있는 두꺼운 껍질을 깨고 완벽에 가까운 도약을 위해 여인의 매력을 일깨우는데 주력한다.."완벽은 통제가 아니라, 해방을 통해 얻어진다"라고 설파하는 그는, 니나의 예술적인 힘을 끌어내는 최상의 조력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베스와 릴리

니나의 선망의 대상이자, 넘을 수 없는 벽의 존재인 베스는  오랫동안 뉴욕발레단에서 '프리마돈나'를 연기했다. 하지만 나이가 든 베스는 어느새 순수한 백조의 이미지를 잃게 되고 대신 그 자리의 후보가 된 니나는 자신때문에 베스의 존재가 전락하는건 아닌가라는 자책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라이벌이자 자신이 갖지못한 도발적인 관능미를 가진 릴리의 등장으로 니나의 망상은 점점 도를 넘어가게 된다.

3. 거울이 지닌 이분법적인 상징.

<블랙스완>에서는 유난히 거울이 많이 등장한다...'발레'라는 소재에 걸맞게 발레연습실 벽면이 거울 투성이고, 분장실 역시 그렇다...거울은 도플갱어에 시달리는 니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주요한 상징물로 활용된다..니나는 끊임없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고, 관객들은 거울을 통하여 니나가 보지 못하는 실상과 허상을 한꺼번에 본다. 거울 밖의 니나가 소녀의 얼굴이라면 거울 속의 여자는 은밀한 욕망을 지닌 여인의 모습이다. 결국, 거울은 백조, 흑조를 양분하는 경계로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니나가 완벽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선 그 경계를 허물어야한다..영화에서 거울은 바로 그 벽이다.

4. 영화가 갖는 가치

2010년 9월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초청되면서 포문을 연 <블랙 스완>은 예술성과 흥행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손에 거머쥐었다. <블랙 스완>에 매료된 수많은 관객과 평단은 모두 입을 모아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최고의 스릴러 영화"라고 치켜 세웠다. 12년이 지나서 지금 다시 보아도 전혀 올드한 느낌이 없다. 이처럼 <블랙 스완>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건 나탈리 포트먼의 신들린 연기고, 다음은 시나리오의 힘, 마지막으로 카메라 기술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탈리 포트먼의 연기

나탈리 포트만은 주인공 니나를 통해 인간의 순수와 욕망의 양면성을 표현한다. 니나가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와 흑조, 1인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것처럼 포트만 역시 인간이 가진 그 양면성을 오가며 다중인격을 통해 변화해가는 니나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혼을 담은 연기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시나리오의 힘

이번 <블랙 스완>에서는 보다 더 진화된 삼중겹침 구조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즉, 백조, 흑조로 구분되는 '백조의 호수'의 비화에 니나(백조)-릴리(흑조)의 대결구도를 얹어 '백조의 호수' 줄거리로 흘러가는 맥락으로 이중겹침을 완성하였고, 순수하고 연약한 이미지의 나탈리 포트만 본인이 이번 <블랙 스완>을 통해 연기를 완성해나가는 점은 극 중 니나와 상당 부분 일치하면서 삼중겹침 구조를 완성하였다.. 이처럼 배우의 연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시나리오'에 공을 들이는 감독의 노력이야말로 영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 테크닉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영화들은 하나같이 명작의 반열에 올라있으면서도 소위 '큰 돈'을 들인 것 같지는 않다. 이는 달리말해 그만큼 테크닉이 뛰어나다는 말과도 같은데 그의  빠른 편집과 현란한 카메라 워크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이번 <블랙 스완>에서 사용한 카메라 기법도 매우 독특하다... 대부분의 장면이 클로즈업이나 재설정없이 주연배우들의 움직임을 따랐고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이런 효과를 위해 이번에는 소형카메라를 들고 직접 발레리나들의 사이에서 촬영하는 방법을 택하였다...발레리나들이 대거 등장하는 군무에서 주로 사용되었는데 카메라맨은 16mm 소형카메라를 들고, 무용수들 틈에  섞에 말 그대로 '춤추듯' 무대를 뛰어다니며 촬영했다고 한다. <블랙 스완>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유독 주인공 니나의 뒤통수를 찍는 씬이 많았다는 것이다. 핸드헬드의 흔들리는 장면들은 마치 누군가 그녀 뒤를 쫓는 듯한 긴박한 느낌을 갖게 했는데 이런 기법은 거친 질감의 필름과 어우러지면서 혼란스런 니나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무엇보다 효과적이었다
 

소감

같은 영화를 한 번 이상 잘 안보는 성향이지만 아주 가끔 여러번 질리지 않고 보는 영화들이 있다.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블랙스완을 오랫만에 다시 보고 리뷰를 정리하다보니 또 새로운 느낌이다. 2020년 우리나라의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이 같은 제목과 같은 컨셉으로 노래와 퍼포먼스를 진행한적이 있었는데 왠지 그들의 인생을 표현한거 같아서 마냥 아름답다고만 할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무언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강추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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